'아카라카 배리어프리' 8년째 제자리...말로만 '모두의 축제'?
"축제 배리어프리는 특별한 배려가 아니라 운영의 전제여야"
김유비 김민정 김주은 이채린 kims4all@gmail.com
2/3/2026 7:43:42 PM 등록 | 수정 2/3/2026 7:44:09 PM
기획
생활

“플로어석이 바로 앞에 있어서 무대가 거의 보이지 않았어요.”
2025년 아카라카를 찾은 한 장애 학우의 말이다. 배리어프리석은 분명 마련되었다. 그러나 ‘보는 자리’라기보다는 ‘있는 자리’에 가까웠다. 시야를 가리는 펜스, 이동 통로로 바뀐 무대 앞 공간, 반복적으로 유입되는 인파까지. 장애 학우에게 아카라카는 올해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축제가 아니었다. ‘아카라카를 온누리에’라는 문구가 무색하게, ‘모두의 축제’라는 약속은 반복적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 배리어프리석, 있지만 볼 수는 없는 자리
배리어프리석이란 장애인 등의 사회적 약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공간을 말한다.
장애인권위원회(이하 장인위)는 2025년 아카라카 및 교내 주요 축제 전반에서 배리어프리 운영이 “부분적으로 개선됐으나 핵심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노천극장에서 진행되는 대동제·전야제·합동응원전의 경우 플로어석과 배리어프리석 사이에 일정한 간격이 확보돼 비교적 시야가 원활하다. 그러나 아카라카는 최근 몇 년간 플로어석이 배리어프리석 바로 앞에 배치됐고, 이를 구분하는 펜스 높이까지 더해져 시야 제한 문제가 커졌다.
특히 2024년부터는 배리어프리석 앞 T자 무대 사이를 이동 통로로 활용하며 문제가 심화됐다. 장인위에 따르면 통로가 열리자 무대에 가까이 서려는 관객이 몰렸고, 배리어프리석의 시야와 동선을 침해했다. 펜스의 빈틈으로 스태프나 관람객이 배리어프리 구역을 가로질러 이동하는 문제도 발생했다. 장인위는 “올해 가드 인력이 증원됐지만, 시야 제한 문제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배리어프리석 ‘이전(以前)’ 문제도 반복됐다. 올해 역시 노천극장 행사에서 배리어프리석 입구에 설치된 전기선 커버의 턱이 높아 휠체어 이용 학우들의 입·퇴장이 어려웠던 사례가 보고됐다. 좌석은 있어도, 그곳까지 가는 길은 여전히 ‘배리어’로 남아 있다.
■ 불편이 아니라 위험 — 17도의 경사
노천극장 접근성 문제는 좌석 배치에 그치지 않는다. 진입 경사로는 구조적으로 ‘위험’ 수준에 가깝다. 장인위에 따르면 노천극장 진입로의 경사는 약 17도 수준으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 권장하는 접근로 기울기(18분의 1, 약 3.1도)와, 예외적으로 지형상 곤란한 경우 허용되는 기울기(12분의 1, 약 4.8도)를 크게 초과한다.
수동휠체어 이용자의 경우 주변 도움 없이는 사실상 이동이 어렵고, 도움을 받더라도 미끄러지거나 넘어질 위험이 크다. 특히 노면이 젖을 경우 위험성은 급격히 커진다. 실제로 올해 아카라카에서는 물대포 분사 이후 바닥이 젖은 상태에서 퇴장하던 휠체어 이용 학우의 바퀴가 미끄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비가 내렸던 대동제 당시에는, 장인위 스태프가 경사로 페인트칠 구간에서 수동휠체어 이용 학우를 돕다 함께 미끄러지는 사고도 있었다.
■ “3cm가 길을 막는다” — 이동지원학생이 본 캠퍼스
이동지원학생이 바라본 캠퍼스는 ‘배리어’로 가득하다. 이동지원학생은 장애학생 이동을 돕는 학생으로, 장애 학우 강의실 이동 동행, 무거운 여닫이문 개방, 엘리베이터 버튼 조작, 강의실 내 휠체어 자리 확보, 단차 구간 보조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이동지원학생 20대 여성 김씨는 “비장애인에게는 평지처럼 느껴지는 3~4cm 단차도, 휠체어 이용 학우에게는 바퀴가 걸려 움직일 수 없는 장벽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아카라카와 관련해서도 “노천극장으로 가는 길은 멀고 가파르며, 지면이 울퉁불퉁해 휠체어가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경우가 잦다”고 강조했다. 배리어프리석이 있더라도, 그곳까지 도달하는 과정 자체가 배리어프리를 고려하지 않은 구조라는 지적이다.
■ 두 번의 100인 안건 이후, 어디에서 멈췄나
아카라카 배리어프리 논란은 올해 처음 제기된 문제가 아니다. 2016년에도 장애학생 좌석 배치를 둘러싸고 총학생회·장인위·응원단 간 조율이 어긋났고, 당시 장인위의 100인 안건을 통해 공식화됐다. 이에 총학생회는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구조적 변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2024년 가을, 같은 문제가 장인위의 100인 안건으로 돌아왔다. 쟁점은 배리어프리석 운영 방식이었다. 2023년까지 막아두던 배리어프리석 앞 통로를 2024년 응원단이 허용하면서, 인파가 몰려 시야와 동선 침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장애 학우에게 형광 조끼 착용과 사전 얼굴 사진 제출을 요구하면서 ‘표식을 강요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장인위는 중운위에 ▲권리 침해 인정 및 사과 ▲배리어프리석 운영 방식 재논의 ▲장인위 차원의 관리·감독 강화를 요구했다. 그러나 응원단은 책임 인정과 사과를 거부했고, 시각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총학생회·응원단·장인위가 참여하는 3자 협의체 구성이 의결됐지만, 12·3 비상계엄사태의 영향으로 협의체는 실제 가동되지 못했다. 문제 제기와 의제 설정까지는 나아갔지만, 합의와 제도화 단계에서 멈춘 셈이다.
■ 같은 고민, 다른 선택 — 고려대의 사례
비슷한 학생행사를 운영하는 고려대는 다르다. 2016년부터 연고전 각 경기장에 배리어프리석을 마련하고, 총학생회·장애인권위원회·장애학생지원센터가 함께 배리어프리 운영을 담당했다. 행사 전 사전 신청을 통해 필요한 좌석 수를 확보하고, 장애 학생 1인당 동반 1인 좌석도 제공한다. 일시적 부상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비장애 학생까지 지원 범위에 포함시켰다. 경기장 간 이동을 위한 교통약자 차량 지원도 운영되는 등 ‘모두의 축제’를 위한 철저한 지원을 준비했다.
중요한 차이는 ‘갈등이 있었는가’가 아니라 ‘갈등 이후 무엇을 남겼는가’에 있었다. 고려대는 제기된 문제를 매뉴얼로 누적하며 해마다 운영 지침을 발전시켰다. 반면, 연세대의 배리어프리 논의는 10년 가까이 해결되지 않은 채 같은 지점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 배리어프리는 ‘좌석’이 아니라 ‘전제’
아카라카가 진정으로 ‘모두의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배리어프리가 특별한 배려가 아니라 운영의 전제여야 한다.
정병문 전(前)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공동대표는 “’형식만을 갖춘 배리어프리’로 실질적 목적에 부합하지 않은 기만적 행태들은 배리어프리의 의의와 가치를 저해하고 있다. 법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경사로와 단차, 이동성과 시야각이 부적절한 공연장의 관람석 등 구색만 갖추어진 배리어프리 환경은 현재 수준의 단면이 된다”라고 말하며, “진정 우리 사회가 선진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장애 사회’에 대한 의식을 한층 강화해야 할 때이며 대학은 그러한 사회적 가치 실현의 선행적 교범이자 교두보가 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2016년과 2024년이 같은 질문을 남겼다면, 이번만큼은 또다시 같은 질문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한 마지막 기점이 돼야 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또 한 번의 해명이 아니라, 현장에서 작동하는 규칙과 책임의 구조, 그리고 학교 구성원 모두의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