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AI 부정행위 논란..,대학 이대로 괜찮은가
형식에 그친 가이드라인… 대학 측의 새 과제
이윤아 오예린 장재원 조은영 kims4all@gmail.com
2/3/2026 8:00:37 PM 등록 | 수정 2/3/2026 8:01:26 PM
기획
사회

수업 중 편의성과 윤리 사이에서 고민하는 학생의 모습. 스크린에는 'AI 활용 가이드라인'이라고 적혀있다. (이미지=생성형 AI Gemini).
최근 연세대학교를 비롯한 주요 대학에서 AI 부정행위 사례가 잇따라 보도되며, 대학 교육 현장의 윤리 문제와 평가 방식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논란은 학생 개인의 일탈에서 시작됐지만 생성형 AI 기술의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대학 교육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 가이드라인에도 불구하고 혼란스러운 평가 체계
연세대학교의 경우 생성형 AI 활용 가이드라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내용이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 재학생 6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1.7%가 ‘AI 사용에 대한 지침을 충분히 제공받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평가 방식이나 윤리 교육이 충분히 마련돼 있느냐’는 질문에는 60%가 ‘체감하지 못한다’고 답했으며 최근 1년간 AI 사용 허용 범위가 모호해 혼란을 겪었다는 학생도 65%에 달했다.
이처럼 가이드라인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는 교수진의 인식에서도 확인된다.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김윤경 교수는 “가이드라인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내용을 확인해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시험 운영 방식 역시 부정행위를 부추기는 구조적 요인으로 지목된다. 김윤경 교수는 “최근 문제가 된 사례들을 보면 비대면 수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시험 중 카메라 화각에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생성형 AI를 활용하기에 구조적으로 유리한 환경이 형성돼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연세대 사회과학대학에 재학 중인 신모(23)씨는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치러지는 비대면 시험에서는 시험 윤리를 지켰을 때 혼자 손해를 보는 것 같아서 현실적으로 부정행위를 완전히 막기는 어렵다고 느낀다”라고 말했다.
현재 제공된 가이드라인과 평가 방식은 AI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모호함과 불공정을 키우고 있다. 단순히 개인의 양심에 기대는 방식으로는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기 어렵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와 생성형 AI의 특성을 반영한 근본적인 교육 및 평가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
■ AI 활용 범위 안내 의무화 및 평가 방식 재편 필요
우선 교수자 재량에만 맡겨진 AI 허용 범위와 평가 기준에 관한 안내를 제도화해야 한다.
학생 설문조사에 따르면 각 수업에서 AI 허용 범위와 평가 반영 기준이 충분히 공유되지 않아 학생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현 가이드라인은 ‘과제물 작성 시 생성형 AI 활용 여부는 강의계획서에 명시하고 안내하여 주십시오’, ‘활용 가능 범위와 부정행위 범위를 설명하여 주십시오’라며 교수자에게 이행을 권고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연세대 교육과학대학 조모(24)씨는 “모두가 시험이나 과제에서 AI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에 있고 교수님마다 AI에 대한 생각이 다르신 만큼 어디까지 AI를 활용해도 되는지 기준을 제시해 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AI 활용에 관한 안내를 제도화된 의무 조항으로 명확히 규정해 교수자 재량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평가 방식에 대한 숙고와 개편도 불가피하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보편화된 온라인 비대면 시험은 AI 시대에 취약한 평가 방식이다. 문제를 입력하면 즉각 답을 제시하는 생성형 AI 시대에 비대면 시험은 AI 활용 속도를 겨루는 시험으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세대 교육학과 김남주 교수는 “AI가 개념 학습을 보조하는 시대에 지식 전달만이 교수의 역할이라고 볼 수는 없다”라며 “창의력과 해석력, 사고 과정처럼 AI가 대신할 수 없는 영역을 중심으로 평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더 이상 객관식이나 결과물 중심 평가만으로는 학생의 실제 역량을 검증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과정 중심 평가와 토론·구술시험, 오프라인 시험 확대 등 평가 시스템 전반의 재정비를 고려해야 한다.
■ ‘금지’에서 ‘성찰’로… AI 시대 대학 교육의 전환점
전문가들은 AI 시대 대학 교육의 패러다임이 통제와 금지에서 활용과 성찰로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남주 교수는 “AI 도구를 옆에 두고 ‘쓰지 말라’는 지침은, 돈을 옆에 두고 ‘욕심내지 말라’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사용 금지 위주의 교육은 이미 한계에 이르렀음을 지적했다.
AI 사용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AI와 협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책임과 판단, 의사결정의 문제를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능력이다. 앞으로 대학 교육은 지식을 수동적으로 전달받는 학습자가 아닌 AI 환경 속에서 자기 판단과 책임을 가진 윤리적 주체를 길러내야 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교육 철학에 대해 숙고해야 할 시점이다.